2004년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에서 EA의 닐 영(아래 사진)은 향후 5년 이내에 게이머를 울게 만드는 게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우리는 앞으로 5년 내에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낼 것이며, 이는 게임 업계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당시에는, 적어도 공식적으로, 그가 특정한 게임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바로 그 다음 해 EA는 헐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공동 작업을 발표하고, 닐 영은 그의 발언을 현실로 만들어 줄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코드네임 "LMNO"로 명명된 감정적 유대 관계에 초점을 맞춘 액션 게임이 그 대상이었다. 컨셉부터가 대담하면서도 복잡했다. 1인칭 시점의 프리러닝에 어드밴처/RPG의 목표성, 그리고 탈출 중심의 게임플레이가 플레이어와 이브라는 이름의 외계인처럼 보이는 캐릭터 사이의 감정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펼쳐진다는 게 중심 아이디어였다.

2005년 게임스팟과의 인터뷰에서 닐 영은, "EA가 처음 고민했던 질문, 즉 컴퓨터 게임이 당신을 눈물 흘리게 만들 수 있는가, 훌륭한 예술 작품이나 영화들처럼 당신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가 라는 점에 있어서, 우리는 스필버그와의 작업을 통해 그러한 경험에 조금씩 가깝게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LMNO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거의 없었던 채로 수 년이 흘렀고, EA는 돌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을 중단하였음을 3주 전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 뉴스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매체들이 "EA가 LMNO의 개발을 중단하다"는 헤드라인과 함께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기사들에서 누락된 사실은, 실제로 LMNO의 개발이 이미 1년 전에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무려 두 번이나 말이다.

지난 몇 달 동안, 1UP의 편집자들은 LMNO의 개발과 관련된 뒷이야기들을 살펴보았다. 개발팀이 만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왜 개발일정이 그렇게 오래 걸리게 되었는지, 어떤 이유로 발매 이전에 개발이 중단되고 말았는지 등등. 비록 EA와의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에 관련된 많은 이들이 LMNO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프로젝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양한 익명의 제보자들 덕분에 우리는 게임 역사상 가장 야심찬 시도 중 하나였던 LMNO를 둘러싼 하나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선두에 섰던 이들

EA는 2005년에 스필버그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의도적으로 그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계약을 통해 스필버그는 EA와 세 개의 게임을 만들기로 하였고, 그 중 유일하게 확정된 게임이 LMNO였지만 아직까지 스필버그 외에 팀원 구성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인 코드명 PQRS는 나중에 Boom Blox이라는 게임이 되었으며, 세번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계약 시점 이후로 그 어떤 내용도 공개된 바가 없다.

EA는 LMNO를 위해 더그 처치(Doug Church, 아래 사진에서 스필버그와 함께 나온 인물)를 필두로 로스엔젤레스 스투디오에 작은 개발팀을 구성하였다. 2007년에 이르기까지, 25~30명 규모의 이 개발팀은 닐 영의 EA 블루프린트 그룹에 속하면서 프로토타입 아이디어를 구성하게 된다. 블루프린트 그룹은 EA 내에서도 매우 실험적인 조직으로 새로운 IP를 디자인하면서 실제 제작은 외주를 주는 방식을 취하는 조직이었는데, LMNO의 몇몇 레벨 디자인 역시도 프로젝트 후반부에는 프랑스에 위치한 알케인(Arkane)에게 맡겨졌다.

더그 처치는 최근에는 비교적 언론에 모습을 비치는 일이 없지만, 과거 개발자 관련 이슈에 대한 발언들이라던지, 하드코어 PC 게임들 개발에 참여했던 경력으로 업계에서는 상당히 잘 알려진 인물이다. MIT를 졸업한 이후 열성적인 팬층을 가진 개발사 루킹 클라스(Looking Glass)에서 일하면서 울티마 언더월드, 시스템 쇼크, 씨프 등등의 굵직한 게임 개발에 관여하였고, 이후 에이도스로 자리를 옮겨 툼 레이드와 같은 게임들을 개발하였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그를 가르켜 "학문적 접근"을 취하는 개발자, "크게 생각하고 높은 목표를 세우는" 개발자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레셔널의 켄 레빈(Ken Levine)이나 정션 포인트의 워런 스펙터(Warren Spector)는 그들이 게임을 만들 때 적용한 많은 사상들이 그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요약하자면, 더그 처치는 평범하고 기존 공식에 박힌 게임을 만들고자 할 때 적합한 개발자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개발팀의 보고 체계는 처치가 닐 영에게 직접 보고하는 방식이었는데, 우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게임 디자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최종 의사결정은 처치의 몫이었으며 처치와 영 사이에 이와 관련된 대화가 오고 가는 식이었다고 한다. 전 개발 팀원 중 하나는 그들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닐은 더그가 진짜로 존경을 표하는 몇 안되는 임원이었죠. 왜냐면 닐은 임원 레벨에 있어서도 명석한 사람이었지만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도 똑같이 날카로운 관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닐이 '그런데 말이에요, 이런 방향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라고 말하면 더그는 '음, 그럼 그렇게 하죠.'라는 식의 반응이었어요. 만약 다른 임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곧바로 '음, 그건 아닌데요'라고 할 사람이었지만요."

스필버그의 역할은 처치를 비롯한 팀 멤버들과 만나서 게임의 컨셉에 살을 붙이는 것이었다. 스필버그의 스케줄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매우 자주, 어떤 경우에는 드문드문 모임을 갖고 그의 의견을 제시하곤 하는 식이었다. 때때로 EA는 이러한 미팅을 녹화하여 나머지 팀 멤버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처치와 닐의 관계에 대해 코멘트했던 개발 팀원은 이 미팅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정말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뛰어난 사람이었어요. 어떤 캐릭터가 약간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디자인된 경우, 그는 '아니, 이 여성 캐릭터의 웃는 얼굴은 치아 두 개 정도만 더 움직이고, 눈동자는 이렇게 되어야 해'라고 지시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면, 맙소사! 정말 완전히 다른 완벽한 캐릭터가 되는 거죠. 정말 신기했어요. 이런 걸 경험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멋진 일이었죠."

(계속)

글: 맷 레오니(Matt Leone) / 번역: 페이비안 / 출처: 1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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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earPD 2010/11/24 1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의미에서...
    심각하게 감정몰입시키는 게임은
    일본 미연시라는...?!

    일본인들의 덕心을 EA가 배워야 하는 걸까요 ㅎㅎ

    (요즘 너무 뒤숭숭한 정세에 잠시잠깐 웃자고 하는 소립니다요.. 전5덕이 아니라는...하악...)

  2. BlogIcon 무량수 2010/11/25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런... 기획이 너무 획기적인데 안타깝네요. 다음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3. BlogIcon 그린B 2010/12/23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도 MMORPG에서는 긴 노가다 끝에 파밍된 아이템을 순식간에 닌자 당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는데..

    .....이거 아닌가?-_-ㅋ